• 죽은 남편을 살려내겠다고 시체가 든 관짝을 끌고 수도원을 전전하는 이야기는 기각이야.
왜죠, 사랑이잖아요. <광녀 후아나>만큼 당신 기획에 어울리는 회화도 없는데요.
테마는 광기가 아니고 사랑이라고 했잖아.
그 둘이 다른가요.
전자는 파괴적이지. 후자는 창조적이고.
아웃풋 유무로 사랑을 구별해요? 당신 인본주의자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사랑이 머문 자리는 뭔가 태어나지만 광기가 머문 자리는 재가 남는다는... ...거야.
왜죠, 벌레의 시간으로 하루, 사람의 시간으로 백년이면 예외 없이 재가 되는데.
재든 뼈든 그 사람을 곁에 붙잡아 두고자 하는 거, 사랑이잖아요.
아니, 그 사람을 세상에 온전히 두고자 하는 게 사랑이야.
네가 말하는 마음은 징그러워, 시체를 주술로 살려내려했던 믿지 못할 이야기도 마찬가지고.
한 구의 시신이 모든 살아 있는 사람보다 의미 있다면 그게 사랑이 아니고 뭐란 말이죠.
써 있네~ 광기라고.
...은행하고 부잣집도 구별 못 하면서.
•...그래서 죽어가는 엄마가 남긴 편지를 당신이 불살랐군요.
...그래. 내 얘기야. 그땐 끔찍하게 어려서.
아빠는 죽어야 했고, 동생은 잊혀야 했고, 편지는 태워야 했고... 그런 식이었지.
내가 엄마를 그 집에, 그 생활에 붙잡아 두고 있었지 않나... 후회해.
맞아요. 당신 엄마는 당신한테 붙잡혀 있던 거예요.
당신을 사랑해서요.
붙잡고 싶은 사랑과 붙잡히고 싶은 사랑이 한 집에 살았던 게 뭐가 나빠요. 당신은 나쁘지 않아요.
당신처럼 좋은 사람이 마음에 화상을 입게 만든 당신 가족과 당신 나라가 나빠요.
그리고 나는 당신의 그 화상이 아름다워요.
'🔖 > 문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하게 지내자 / 영일 (0) | 2024.09.17 |
---|---|
친하게 지내자 / 영일 (0) | 2024.09.17 |
친하게 지내자 / 영일 (0) | 2024.09.17 |
친하게 지내자 / 영일 (0) | 2024.08.02 |
ロビンソン / スピッツ (0) | 2024.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