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rry Jelly
눈부신 디테일의 유령론 / 안미린

• 밤이 되기 전에 눈이 멈췄다는 기록을 남기려던 것이었지만

흑백 무지개는 느슨하게 빛과 연루되고

계조를 쌓아 올렸다

어둠 이하의 밤이 어둠 이상의 밤이 되기까지 깊어지는 것

주변보다 조금 하얀 얼룩은 유령이 아니었다

그것은 유령을 본다는 것이 어떤 일이었는가 하는

옅은 기록의 계열

창백한 빛이 달은 필름조차 유령의 일이 아니었다

 

텅 빈 어둠에 빛이 닿을 때 그 환한 기분의 형태가 부풀어 올라

사라진 피사체는 스스로 유령인 것을 조금도 숨기지 앟는 잠상으로 잊혔다

-유령 기계 6

 

 

•텅 빈 화분의 무거움을 따라 내려가며 착목하는 밤

죽은 숲의 겨울처럼 할 일이 있어

 

차가운 절기마다 물백신을 믿는 일

회보랏빛 겹꽃으로 꽃점 보는 일

 

꽃잎이 마르면 밝고 상세해지는 꽃말들

 

부스러진 꽃잎의 꽃말을 믿는다는 것

-유령 기계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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