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나는 침상 위에서 그 주위를 둘러싼 어둠의 연장선상에 찬연한 도화지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았다. 그곳은 기묘하게 고요하고, 또한 광휘와 비밀로 가득 차 있었다.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의 얼굴에는 분명 하나의 비밀스러운 각인이 찍힐 터였다. 한밤중에 집으로 돌아오는 어른들은 그들의 말투나 행동 속에 어딘지 모르게 비밀스러운 신호 같은 것, 프리메이슨과도 같은 것을 남겨놓았다. 또한 그들의 얼굴에는 뭔가 번들거리는, 마주 바라보기 어려운 피로가 있었다. 만지면 손끝에 은가루를 남기는 크리스마스 가면처럼, 그들의 얼굴에 손을 댄다면 한밤의 도화지가 그들에게 색칠한 그림물감의 색깔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